
호텔 아미 이야기 - 둘
호텔은 무엇을 드려야 할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결국 남는 답은 하나였습니다. 휴식과 즐거움을 통해 회복을 드리고, 그 회복이 추억으로 남는 곳. 그것이 호텔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호텔을 운영한다는 것은 한 가지 한계와 한 가지 매력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객실 안에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충분히 채워드릴 수 없다는 한계. 그리고 문을 나서는 순간 외부의 콘텐츠 속으로 곧장 들어설 수 있다는 매력. 저는 이 매력 쪽에 손을 들었습니다. 호텔 안에 콘텐츠를 채울 수 없다면, 다양한 콘텐츠 안에 호텔이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 — 걸어서 5분, 그 안의 모든 것
호텔 아미는 문화의 거리에 있습니다. 주말이면 거리 공연이 열리고, 오래된 손뜨개질 골목과 다양한 상점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2분만 걸으면 한국 최대 규모라 불리는 부평역 지하상가로 연결됩니다. 조금 더 걸으면 예쁜 카페와 개성 있는 식당, 젊은 감각이 넘치는 소품샵들이 모인 평리단길이 있고, 그 옆에는 약 100년의 역사를 지닌 부평종합시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있습니다. 이것이 아미가 이곳에 있기로 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 — 하루의 리듬을 닮은 거리
두 번째는 휴식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낮과 저녁은 재미와 볼거리로 넘치되, 밤에는 조용하고 안전하며, 아침에는 다시 활기가 도는 거리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문화의 거리의 하루는 새벽, 거리를 정비하는 분들의 손끝에서 시작됩니다. 전날의 피로를 하나씩 걷어내는 그 손길로, 거리는 다시 기지개를 켭니다. 아침이 오면 출근길 출장객과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이 지하철역과 정류장으로 향하며 활기를 만듭니다. 조금 늦은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재미와 볼거리를 찾는 인파가 다시 거리를 채웁니다. 그리고 늦은 저녁, 주민들과 반려동물들이 산책을 나와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조용하고 여유로운 즐거움으로 마무리합니다.
거리가 그렇듯, 사람의 하루도 활기와 즐거움을 지나 결국 평온한 휴식에 닿아야 합니다. 저녁이 산책과 휴식으로 밤을 맞이하듯, 밤에는 안전하고 조용한 거리 — 이것이 아미가 이곳에 있기로 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세 번째 이유 — 유예거리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교통의 편의였습니다. 부평역까지 7분, 버스 정류장은 3분, 지하철을 타면 서울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거리에 대한 체감은 다르겠지만, 결코 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향하는 길은 지하상가를 지나며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고, 서울로 가는 길은 지상으로 이어져 전철 창밖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여행에는 목적지까지의 유예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려서 갈 길을 가늠해보고, 여행을 잠시 정리하고, 무엇보다 생각을 정돈할 시간. 아미는 그런 시간을 드릴 수 있는 자리에 있다고 믿습니다. 이 유예거리가, 아미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명분입니다.
아미는 낮에는 작고 밝은 호텔이고, 밤에는 안전하고 조용한 호텔이고자 합니다.
자리를 정하고 나니, 이제는 그 안에서 무엇을 드릴지 고민할 차례입니다.